[Today's 텔링] 이미숙 기자 = ‘숨은 공간을 찾기 위한 걷어 내기’

6월이 시작되면서 이른 무더위 탓에 화풀이 대상은 집이 됐다.

집이 좁아 보이고 답답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옷걸이가 돼버린 의자와 반이나 막힌 창문 앞 책장 때문인지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확 걷어 내고 싶었기에 마음이 바빠졌다.

간단한 버터구이 토스트로 허기를 달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커튼 가격을 검색 한 뒤 곧장 마트로 뛰었다.

만만치 않은 인테리어용 커튼 가격에 놀라 몇 번을 집었다 놨다 하는 사이에 이것저것 권하다 지친 점원이 자리를 비운 틈에 3천원 짜리 봉만 한개 사들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우리 집은 한바탕 뒤집어 지기 시작했다.

책장을 1m 정도 앞으로 당기자니 책들은 무겁기도 하고 쌓인 먼지를 온몸으로 받으면서 끙끙거린 끝에 옮겼다.

작은 집이지만 먼지 범벅이 된 채 숨은 엄청난(?) 공간을 찾아내니 좀 시원해졌다.

이어 현관 가림 커튼과 봉에 쓰지 않는 스카프를 달았다.

모양이 예쁘지 않으면 어때...

뭘 만드는 손재주는 꽝이지만 비싼 커튼값 안들이고 만들어 내니 뿌듯하다.

더위에 대문이라도 열어 두려면 영 불편했는데 요거 하나 달아 놓으니 밖에서 봐도 안이 잘 보이지 않아 가리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같은 크기의 집이라도 사용하는 물건들을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그간 답답하게만 보였던 집이기에 그저 좁다는 핑게로 늘상 불평만했지 어떻게라도 바꿔 볼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결국 공간을 찾아 내는 건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했던 것이다.

걷어 내지 않으면 절대 생기지 않는 공간의 철학적 의미는 고정관념을 닮아 있었다.

마음속에 견고한 잣대의 앙금들을 잔뜩 담아 놓으면 절대로 객관적이 될 수 없다.

공간을 찾아 내기 위한 걷어냄이 필요하다.

타인의 행동에 의아해 하기 보다 자신의 생각과 잣대로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보자.

‘마음의 반은 비우고 살아야 한다’는 어느 선배의 말이 오늘 찾아 낸 공간에 오버랩 돼 울린다.

막상 실천은 하지 않고 ‘손재주가 없다’며 단정해 버리는 자기 합리화도 고정관념이다.

올 겨울은 두툼한 방한용 현관 커튼 꾸밈에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