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텔링] 이미숙 기자 = ‘출근길은 아직도 여전히’

다닥다닥 인파들로 붐비는 출근길 전철 내부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시내로 나가려고 복잡한 길 자동차 운전을 피하려고 전철을 탔더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꿈같은 얘기였다.

이제 그만 탔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들어 온다.

점점 조여 오는 공간에서 참았던 불평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이 열차를 놓치면 지각할까봐 열심히 뛰는 저들도 힘들겠지 생각하며 이기심을 반성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승차할 수 없는 건 사실이었고, 심하게 수다를 떠는 사람없이 묵묵히 정면만 바라보거나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옥을 극복하는 애환이 무겁게 느껴진다.

코로나19 사태로 바뀐 세상 풍경을 실감하던중 방송에서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멘트가 간간히 나오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인 듯한 외면 모드는 ‘정(情)’이라는 무기를 몰수당한 기분이 들기에 충분했다.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니 아직도 심각한 현실이 긴장된다.

그간 코로나19 공포로 나만의 세계에 살았던 터라 혼자 차를 타고 업무적 관계가 아닌 모임은 가능한 피했다.

온라인으로 시장을 보고 결혼식과 장례식은 송금으로 대신하며 세상속으로 들어 가기를 거부(?) 했었다.

그래서 혼자 착각하기도 했다.

“이제 어느 정도 끝물인가”하고 생각하며 뉴스를 통해 나오는 우려에 어지간히 무뎌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치열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밀리는 인파에 따라 사회적 거리는 꿈도 꾸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현실에 깊은 죄송함을 표하며 일깨워 준 전철의 일상에 감사했다.

나약한 온실의 세상.

감쌓을 수록 약해지는 면역력에 가해진 일침이었다.

화초는 빗물과 태양으로만 자라는 야생화의 생명력을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않고 인간관계에 부대낌 없이는 면역이 생길 수 없다.

온라인 안에서 곱게 자란 화초는 거친 세상 밖으로 나오면 생명력을 잃게 될 지 모른다.

‘비대면(Untact)’이란 생활모드로 바뀐 일상에서 우리는 어쩌면 대인관계에 면역력을 잃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씁쓸하다.

글을 쓰면서 거실에 앉아 TV에 시선을 뺏긴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TV 소리 좀 줄여 줄래요?”

예전에 이런 상황이면 쪼르르 거실로 뛰어 나갔던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

더는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