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텔링] 이미숙 기자 = 易地思之(역지사지)

낮의 길이가 가장 길은 하지(夏至·6월21일)를 지나 한여름의 중심 7월이 서서히 내리막이다.

7월은 한 해에서 지난 날 보다 남은 날이 더 적어지는 시기다.

장마가 오락가락 하면서 아직 예년같은 불볕 무더위는 없는 가운데 성급한 마음에 선선한 가을바람을 기다리며 또 한 해가 기울고 있음을 느낀다.

여름에 가을이 그리운 이유는 반년의 무고함이 고맙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올해 초부터 온통 세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 통에 어떻게 반년이 지났는지 정신차려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절반이 꺽인 2020년이다.

여름밤 남은 해를 바라보며 남은 후반부를 다시 시작하는 즈음에 생뚱맞게 易地思之(역지사지)를 떠 올린다.

‘서로 처지를 바꿔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책가방 싸서 학교갈 준비를 하는데 지우개가 없는 걸 알았다.

엄마에게 지우개 살 돈을 달라고 소리쳐도 출근준비에 바쁜 엄마는 “잠깐만”을 여러번 반복했다.

그래서 “엄마, 친구에게 빌려 쓸게”라고 말하며 집을 나서는데 엄마가 뒷덜미를 당기며 “친구에게 물건 빌려쓰지 마라. 너도 새로 산 건 빌려주기 싫잖아. 사람은 똑같아. 너에게 싫은 건 친구도 싫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는 여름에 겨울을 생각하고 겨울에 다시 따뜻한 봄을 기다린다.

이는 다른 의미에서 역지사지로, 각각 상반되는 처지에서 생각하기에 그렇다.

지금 무지하게 덥고 이 여름이 견디기 힘들다면 겨울에 그리워질 이 때를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도무지 이해 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처지를 바꿔 보기가 계절의 변화처럼 쉽지는 않다.

고집을 바꾸려는 마음으로 돌아서지 않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아직 힘들다.

내가 옳으면 이는 곧 끝이었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7월 하루하루가 야금야금 사라져 가고 있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반성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