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텔링] 이미숙 기자 = ‘커피 자동판매기 칸타타’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년~1750년)는 “‘천 번의 키스보다 사랑스런 커피’라고 극찬하며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커피, 커피~♬’하며 음을 오르내리는 경쾌한 선율이 기분좋은 곡으로 평가된다.

‘사랑이 변하니?’

오래전 봤던 영화 대사다.

이영애였던 것 같은데 배우도 제목도 가물거리는데 이 말은 꽤나 깊숙하게 박혀서 마음에 남는다.

잔잔하게 그려지는 영상중 하나는 자판기에서 뺀 종이컵을 든 배우와 담벼락의 기가 막힌 로맨스다.

지금까지 그때 보다 더 아름다운 종이컵과 커피를 본 적이 없다.

물론 1회용품 사용자제로 환경보호에 맞지 않지만 영화가 그려 낸 저렴한 행복은 거부감이 없다.

자판기 커피는 도서관에서 빛을 발한다.

오후 서너시쯤, 한 잔 뽑아 들면 달콤하게 온 몸을 타고 전해지는 행복이 오후를 거뜬히 견디게 했는데... 요즘은 도서관 문 닫은지도 오래 돼 그 맛도 가물거린다.

얼마 전 길에서 우연히 아는 얼굴을 만났는데 먼저 아는 척을 하긴 했는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동선을 맞춰보니 도서관 자판기 여사장님이었다.

단골인 내게 가끔 무료커피를 건네주시던 고마운 손이 생각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서관이 휴관한지 반년을 넘기고 인도어(In door) 소비가 늘면서 자연스레 자판기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밝은 얼굴은 금방 어두워진다.

한국은행은 ‘동전없는 사회를 만들자’며 사라지는 100원짜리 동전에 대한 안을 내놨다.

이제 자판기 커피도 카드화 된 곳이 있다.

아메리카노가 언제부터 우리 생활을 파고들었는지 잔잔한 간이역의 가을바람과 함께 코로 쏠려 들어오는 종이컵의 커피향도 이젠 찾기 어렵게 됐다.

이래저래 좋아하는 것들과 이별하는 일이 늘고 있다.

오늘도 달달하게 피로를 감싸주는 따뜻함으로 자판기 종이컵 커피 한 잔을 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