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텔링] 이미숙 기자 = 아주 작은 일, 큰 감동

계란 프라이와 전을 부치고 나물 데우고 잡채를 볶으며 남은 음식들 맛 내주느라 몸을 아끼지 않는 우리집 공신은 프라이팬이다.

이렇게 고마운 프라이팬에게 우리는 가끔 어디선가 들었던 살림의 지혜를 발휘해 설탕물로 그의 피로를 씻어 내려 주기도 한다.

또 가급적이면 나물류는 프라이팬을 쓰지 않고 냄비를 사용하는 등 프라이팬에 애정을 아끼지 않는데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남자는 그렇지 않아 문제다.

나물이고 생선이고 조심스런 마음은 찾아 볼 길 없이 프라이팬 코팅을 향해 아낌없이 쇠 젓가락을 휘저어 댄다.

한마디라도 옆에서 거들면 아무런 잘못이 없는 듯한 표정과 함께 30년간 익숙해진 고집스런 얼굴로 하던 일을 굳세게 밀고 나간다.

심지어 아무리 말해도 씨도 먹히지 않는 떳떳함에 뒷목을 잡게 한다.

뭐, 벗겨지고 망가지면 하나 또 사면되겠지 싶다가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데 험하게 쓰는 것도 낭비라서 아깝다는 생각이 치고 올라온다.

간신히 화산을 꾹 눌렀기에 저녁 밥상 앞에서 큰 화는 불러오지 않았지만 알뜰한 마음 몰라주는게 영 서운하다.

극세사 수세미도 거칠다는 생각에 보드라운 스펀지로 살살 닦아내는 마음 조금만 알아주면 좋겠는데...

이는 화성에서 온 남자에게 금성에서 온 여자의 외침일 뿐이다.

아주 작은 일을 맞춰 가며 사는 게 큰 감동이며 삶이고 기쁨이다.

내 마음 몰라준다고 프라이팬 때문에 인상쓰고 싸우려들면 그럴 수 있다.

프라이팬을 쇠 젓가락으로 박박 긁어댈 때마다 내 가슴이 그 꼬챙이에 찔리는 듯 움찔해 진다.

그래도 웃어 본다.

‘사는 게 웃는 것’ 이라고 했던 가수 최성수의 노랫말처럼 가끔 흉내라도 내본다.

웃고 넘어가면 웃음이 화답한다.

그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