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수생으로 3년간 국내에서 일하던 30대 스리랑카 여성근로자가 지병으로 사망했으나 장례비용을 마련하지 못하자 이에 자국 근로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에 나서 동포애를 나눈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5월13일 지병으로 사망한 마니씨.

5월27일 안산시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이하 센터·센터장 권순길)에 따르면 “앞서 13일 00병원에서 스리랑카 여성근로자 마니씨(30)가 사망했다. 그녀는 2018년 근로자비자(E-9)로 입국, 열심히 일하면서 스리랑카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착하고 착실한 딸이었으나 입국 뒤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이 간질환 지병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센터는 “그러면서도 그녀는 스리랑카 가족들에게 자신의 지병을 알리지 않은 상태로 계속 일을 했다. 몸이 많이 아파 쓰려졌던 마니씨를 업체 관계자는 병원에 데려가는 등 보살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직하면서 건강관리를 하지 않아 병원에 입원한지 2달만에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에서 가족들이 마니씨를 추모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사망했으나 가족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주한스리랑카대사관이 센터에 가족을 찾아 줄 것을 요청했고, 서아이라 주임(센터 스리랑카 담당)이 페이스북을 통해 마니씨와 친분이 있는 스리랑카 국민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 뒤 스리랑카 라트자브라 시티 알라빠트에 마니씨와 같은지방에 사는 근로자가 연락했고, 주한스리랑카대사관을 통해 그녀의 가족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마니씨 가족은 오열하며 “막내딸이 가족을 위해 이역만리 한국에서 일했고 월급 대부분을 보내 줘서 가족들이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전의 마니씨.

주한스리랑카대사관과 센터는 화장(火葬)을 권장했으나 가족들이 운구를 원하면서 요청을 들어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천만원에 이르는 운구비용이 걱정이었다.

이에 센터는 주한스리랑카대사관과 협의, 5월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마니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알리며 모금운동에 나섰다.

‘자국민 마니씨를 돕자’는 한국 거주 스리랑카 근로자들의 페이스북 댓글이 쇄도하면서 십시일반으로 비용이 모금되는 과정에서 그녀가 다녔던 (주)가능GBM(대표 심철섭)이 100만원을 후원하는 등 6시간 만에 1천240만원이 모아졌다.

센터는 주한스리랑카대사관과 합법적 운구절차에 따라 마니씨를 스리랑카로 운구할 수 있었다.

권순길 센터장은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마음을 모아 선행을 베푼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안타깝게 숨진 자국민을 위해 땀흘려 번 돈을 선뜻 내놓은 그들의 동포애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한편 故 마니씨 가족들은 5월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센터와 서아이라 주임에게 “국적도 다르고 얼굴도 모르는 우리 딸을 위해 많이 애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센터는 “故 마니씨를 운구한 뒤 남은 250만원을 가족에게 위로금으로 전달했으나, 가족들은 그녀가 생전에 보낸 생활비로 집수리한 일을 상기하며 ‘우리 보다 열악한 이웃집을 수리하는데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이 하늘나라로 떠난 마니도 기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생전의 마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