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오산시청 상황실에서 ‘오산천 생태하천 가꾸기 업무 협약식’이 열렸다.

내용은 (주)아모레퍼시픽이 2단계에 걸쳐 70억원을 들여 오산천변 조경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 행사를 위해 시청 홍보부서가 이례적으로 사전에 각 언론매체 기자들에게 취재를 요청한 탓인지 참석자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인들이 (주)아모레퍼시픽의 지역사회 공헌도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왜일까?

이 의문에 답을 찾아 보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검색해 봤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출처:시사경제용어사전(기획재정부)

기업이 존속하기 위한 이윤추구활동 이외에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의 이해 관계자 요구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말한다.

오늘날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사회나 국가경제 발전과 경제사회 구조를 규정할 수 있을 만큼 대규모화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활동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며,  그 만큼 기업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도 커지게 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통일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4단계로 구분된다.

제 1단계는 경제적인 책임으로 이윤 극대화와 고용창출 등이다.

제 2단계는 법적인 책임으로 회계의 투명성, 성실한 세금납부, 소비자의 권익 보호 등이다.

제 3단계는 윤리적인 책임으로 환경·윤리경영, 제품안전, 여성·현지인·소수인종에 대한 공정한 대우 등을 말한다.

제 4단계는 자선적인 책임으로 사회공헌활동 또는 자선·교육·문화·체육활동 등에 대한 기업의 지원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은 이윤을 추구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 할 경우 시민들은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은 좀 더 많은 윤리적 책임과 자선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심상배 (주)아모레퍼시픽 사장이 밝힌 생각은 협약식에 참석한 많은 기자들에게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심상배 사장은 “기업규모에 비해 지역공헌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업의 제일덕목은 세금을 잘 내는 것”이라며 2016년 2월 1천억원을 납부한 내용을 언급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역에 시설이나 설비투자 내역이 5천억원이며 향후 5천억원 추가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기자들의 ‘지역에서 역할’ 질문에 “하루 이틀 오산에서 사업할게 아니고 지속적으로 사업하면서 지역과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기업으로서 액면분할 이전의 주식이 1주당 388만원에 달하는 황제주식으로 널리 알려진 (주)아모레퍼시픽에 거는 주민들의 기대치에 상당한 온도차가 있어 보였다.

심상배 사장 답변은 가장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 2단계까지 역할만 강조한 것이고, 주민들의 요구는 4단계 자선적 책임으로서 사회공헌활동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아모레퍼시픽 또한 억울할 수 있다.

가장산업단지에 입주하면서 근로복지공단 건립에 7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오산천변 조경사업에 70억원을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지역공헌사업들은 지원하면서 주민들의 요구를 얼마나 듣고 반영했는지 (주)아모레퍼시픽에게 묻고 싶다.

대다수 시민들은 (주)아모레퍼시픽이 가장공단에 입주는 했지만 지역발전 공헌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근로복지공단 건립 지원은 (주)아모레퍼시픽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장공단에 위치해 시민들에게 편의도모는 거리가 멀다.

또한 오산천 지원사업도 그동안 정치인들이 수차례 치적으로 언급했기에 (주)아모레퍼시픽이 새롭게 지역을 위해 공헌하는 것으로 느끼기는 어렵게 들린다.

(주)아모레퍼시픽은 시민들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효율적인 예산집행으로 피부로 느낄만한 지역사회공헌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그저 생색내기식 기부가 아닌, 좀 더 능동적이고 시민들에게 다가서는 사회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오산천변 조경 보다 장학사업, 취약계층, 문화·공연 등에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시민들의 삶속으로 녹아 들어야 한다.

(주)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어머니 윤독정 여사가 너른 품에 인정을 두루 갖추고, 누구라도 수저를 들 수 있게 끔 늘 밥상을 마련해 두는 선의와 인정을 바탕으로 한 ‘상인의 길’을 자식들에게 가르쳐 오늘날 대기업을 이룬 것 처럼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너른 품을 가지고 선의와 인정으로 다가서야 한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 될 때 시민들은 오산의 대표기업으로 (주)아모레퍼시픽을 인정하고 자부심으로 가슴속에 자리할 것이다.

단순한 이윤추구와 세금납부는 당연한 것이며 어느 기업이라도 할 수 있다.

주민들에게 존경과 사랑받고 진정한 지역발전에 힘쏟는 (주)아모레퍼시픽을 기대한다.

▲ 이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