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갑자기 천둥번개가 요동치더니 이내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돌연 때 아닌 태풍전야다.

2014년 6·4지방선거와 관련, 특정 후보 發로 불거진 관권부정선거 의혹이 급기야 경찰 수사로 확대되면서 요즘 오산지역에 드리운 기상도(氣象圖)가 아닐까 생각된다.

민선 5기에 이어 민선 6기 마저 연거푸 당선된 곽상욱 시장이 전례 없던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서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에 격랑이 일고 있다.

측근 등 6명이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잇따라 구속됐기 때문이다.

봇물처럼 터진 이 사건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도화선으로 발단됐다.

오산시 체육단체에 몸담았던 간부 K씨가 6·4지방선거 무렵 시장으로 출마한 여당 후보에게 ‘상대 야당 후보(곽상욱 시장)의 선거법 위반 정보를 주겠다’며 수차 금품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경찰에 고발되면서 구속된 것이다.

이에 공식 수사에 나선 경기지방경찰청(수사과)은 K씨를 상대로 강도 높은 심문을 벌였고, 곽 시장과 연관되는 새로운 사실이 속속 혐의로 나타났다.

곽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서(제목-시민이 힘이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초대장(1만3천장)을 배포한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았기에 또다시 불운(?)이 겹친다면 정치적 생명에 치명상을 입는 만큼 수사 결과는 절대적이다.

이 사건에 단초가 된 K씨는 2014년 3월 근무시간에 경륜장 도박으로 물의를 빚었고, 스스로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자 곽 시장에게 서운한 감정을 품고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경찰은 K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곽 시장 측근이자 사조직으로 알려진 일명 백발회(白髮會) 회원들이 선거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줄 소환에 착수했다.

수사 속도는 지체 없이 빠르게 전개됐다.

경찰은 곽 시장 前 보좌관 S씨를 6월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한데 이어 체육단체 또 다른 간부 P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또 6월25일 시장 비서실과 일부 산하산체 간부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전방위로 수사망을 확대했다.

S·P씨는 곽 시장이 출판기념회를 위해 펴낸 저서 가운데 약 1천권(권당 2만원)을 산하단체를 통해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배포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6·4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기간에 앞서 곽 시장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권리당원(당비납부회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여기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P씨(예술단체 사무국장), 문화단체 사무국장 Y씨, M씨(시장 대외협력관·공직자 신분) 등 3명이 7월11일 선거법 위반 협의로 전격 구속되면서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로써 현재 구속자는 6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사법처리 대상자가 추가로 나타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는 거세게 불어 닥친 메가톤급 회오리바람이 언제 소멸될지 궁금해 하며 말 한마디라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전대미문(前代未聞)으로 공직자와 산하단체 간부들이 대거 구속되면서 과연 곽 시장이 소환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구속자 6명 가운데 K씨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사건 중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백발회 회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백발회는 공직자와 산하단체 간부 등 20명 정도가 참여한 곽 시장의 사조직으로 파악된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 1회 회동하면서 선거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군의원 등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그렇기에 선거직 공직자들에게 선거법 위반은 아무리 경미한 사안이라도 간과할 수 없는 물귀신 같은 형벌로 작용한다.

지금 오산은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고요한 찻잔 속에서 금방이라도 강진이 발생할 것 같은 신호음이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