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텔링] 이미숙 기자 = ‘6천원 짜리 고무줄 바지가 준 행복’

집으로 오는 길, 트럭에 걸린 바지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사 들고 왔다.

싼 가격에 비해 신축성도 좋고 편안하게 잘 맞는 고무줄 바지는 6천원짜리로 나름 행복을 주기에 충분했다.

행복, 결코 멀리 있지 않으나 그렇다고 곁에 붙잡아 두기도 쉽지 않다.

식상한 주제지만 잡힐 듯 달아나는 행복은 욕심이 부르는 허무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말 타면 마부 부리고 싶다’는 속담처럼 만족하지 못하는 습성이 행복을 멀리 밀어 내는 것이다.

대부분 불만은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비롯된다.

더 높이 올라가고 상위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으로는 행복 할 수 없다.

불행을 자처하며 만족으로 채우지 못하는 허공에 혼자 써내려가는 낙서처럼 불평을 감사로 쥐어짜며 보낸 일터의 애환은 구상 시인의 ‘꽃자리’에 녹아내린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불만을 갖고 살았던지.

해도 해도 끝없는 자녀 양육의 엄마 자리.

퇴근하면 집으로 다시 파출부(?)처럼 출근하는 주부 자리.

상사와 동료들의 쓰린 말들에 가슴을 쓸어 내리는 직장인 자리.

치매로 기억을 하나씩 잃어 가는 친정엄마를 보는 맘 아픈 딸의 자리.

행복할 수도 꽃일 수 없는 이 자리들은 가시방석 그 자체다.

꽃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속박에서 벗어 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장미 가시가 꽃으로 바뀌지 않는 생태계의 견고함은 ‘세상의 이치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강력한 메시지다.

그래서 필요하다.

마음의 자리를 꽃처럼 바꾸는 것이야말로 “겨우 6천원”이 아니라 “6천원이 주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