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복통으로 입원한 사이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자취방이 물에 잠겨 눈앞이 캄캄한 외국인 유학생에게 뜻밖의 ‘사랑 바이러스’가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중인 스리랑카 출신 유학생 누완 산지와씨(32·Nuwan Sanjeewa)는 8월초 심한 복통으로 수원 아주대병원에 입원했다.

1주일 만에 퇴원해 율전동 자취방으로 돌아 온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 고재화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누완씨에게 ‘긴급 구호비’를 전달하고 있다.

반지하 자취방은 발목이 잠길 만큼 물이 찼고 벽지는 바닥으로 내려 앉는 등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폭우 소식은 들었지만 방이 물에 잠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세간살이는 거의 물에 젖어 사용할 수 없었다.

특히 유학기간 연구실적이 저장된 애지중지하는 노트북 마저 작동하지 않아 난감했다.

그렇다고 딱히 도움을 청할 곳도 생각나지 않았다.

누완씨는 순간 월세 계약서를 찾아 3년 전에 방을 구할 당시 도움을 받았던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했다.

► 율천동행정복지센터가 누완 산지와씨에게 긴급 지원한 생필품과 식료품.

율천동 생활안전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차경임 공인중개사는 일단 급히 월세방을 구해줬고 선은임 율천동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선은임 동장과 율천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이 즉시 반지하 자취방 침수피해 현장을 확인하고 누완씨를 만나 면담했다.

누완씨는 “옷, 이불, 조리도구, 식료품 등 모든 살림살이가 물에 젖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형편이 넉넉지 않아 당장 필요한 생필품도 마련할 수 없었다.

율천동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은 급한대로 누완씨에게 쌀(10㎏)과 국수를 전달하고 적십자사에 도움을 요청해 이불, 옷 등을 지원받았다.

복지팀은 아울러 누완씨를 ‘통합사례 지원 대상자’로 선정하고 먹거리를 비롯한 샴푸, 비누, 냄비 등 생필품을 구매해 8월11일 전달했다.

율천동새마을부녀회도 소식을 듣고 옷가지, 그릇, 신발 등을 지원했다.

► 선은임 동장(오른쪽) 누완 산지와씨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또 율천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장 고재화)는 이날 회의를 열고 누완씨에게 ‘긴급 구호비’ 50만원을 전달키로 했다.

‘긴급 구호비’는 법과 제도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공적부조를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 주민에게 지원하는 성금(최대 50만원).

재원은 주민들이 낸 기부금으로 조성한다.

선은임 동장과 고재화 위원장은 8월18일 누완씨 집을 찾아 긴급 구호비를 전달했다.

누완씨는 “폭우로 방이 물에 잠겨 막막했는데 율천동행정복시센터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도와 준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도움만 받아 죄송하다. 이제는 그만 도와주셔도 된다”고 미안해 했다.

고재화 위원장은 “이역만리(異域萬里) 먼 이국에서 뜻밖의 수해로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며 “외국인도 우리와 함께 사는 이웃이기에 돕는 게 마땅하다. 추가로 도움이 필요할 경우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선은임 동장은 “공적지원을 받지 못하는 누완씨에게 십시일반으로 도움의 손길을 주신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비롯한 모든 단체에 감사드린다” 며 “누완씨가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8월 역대급 집중호우로 수원시는 131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으나 대부분 경미한 피해였고 각 동행정복지센터가 소방서와 협력해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피해를 복구했다.

다행히 이재민은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