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직원을 사칭한 뒤 60대 노인에게 ‘당신 계좌가 범행에 사용됐다’며 현금 5천만원을 인출토록 하고 피해자 집으로 돈을 찾으러 갔던 30대 보이스피싱범이 범행직전에 덜미를 잡혔다.

화성동부경찰서(서장 박명수)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팀장 신숭희 경감)은 E씨를 사기미수 및 주거침입 혐의로 12월23일 구속했다.

▲ 피의자 E씨가 돈을 가지러 피해자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E씨는 앞서 12월18일 우체국 직원을 사칭, L씨에게 ‘당신 계좌가 범행에 사용됐다’며 현금 5천만원을 집에 보관해 놓게 하고 돈을 찾기 위해 집으로 갔으나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원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혀 미수에 그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E씨는 인터넷 사이트 ‘즐톡’ 채팅방을 통해 타인명의의 선불폰(일명 대포폰)을 구입하면서 알게 된 보이스피싱 공범에게 일정액을 받기로 하고 현금을 빼돌리로 공모했다.

이에 보이스피싱 공범이 12월18일 오전 9시쯤 우체국 직원을 사칭, 피해자 Lㅆ(68)에게 전화를 걸어 “우체국 마이너스 통장이 개설돼 형사들이 찾아 갈 것이다”고 속인 뒤 이어 다른 목소리로 경찰을 사칭해 “우체국에서 전화를 받았느냐, 우체국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범인들이 다른 통장의 돈을 빼내 갈 것이다”라며 피해자에게 농협 계좌에서 현금 5천만원을 인출하도록 유도했다.

공범은 피해자가 ‘돈을 인출했다’는 말을 듣고 “찾은 돈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가져가 전화기 밑에 두고 주민등록번호도 노출됐으니 빨리 동사무소에서 재발급을 받아야 한다“며 피해자를 집 밖으로 유인한 뒤 E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E씨는 돈을 가져가기 위해 누읍동 피해자 집을 찾아 갔으나 이를 수상히 여긴 L씨의 신고를 받고 잠복중이던 경찰에 붙잡히면서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피해자가 거래를 하던 농협 창구직원이 5천만원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하려고 한 행동을 의심하고 거래를 지연시키면서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의 통화내용을 듣고 보이스피싱으로 확인되자 피해자를 설득시키고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피의자 E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한편 경찰은 보이스피싱 특성상 피해를 당한 뒤 회수가 어렵고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이 진화하는 추세지만 예리한 판단력으로 피해를 예방하고 피의자를 검거하는데 결정적으로 역할을 한 농협 창구직원에게 감사장과 신고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