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와 용인시가 25년간 갈등을 빚었던 행정구역경계가 해소됐다. 

불합리한 행정경계로 걸어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흥덕초등학교에 다니는 용인시 청명센트레빌 아파트 초등학생들이 이르면 내년부터 4분 걸리는 수원시 황곡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4월18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수원시-용인시간 경계조정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경계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키로 약속했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수원시 원천동 국도 42로선 주변 준주거지역 일원 4만 2천619.8㎡와 청명센트레빌아파트 일원 8만5천961㎡를 맞교환키로 합의했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행정구역 조정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수원시와 용인시의 행정경계조정은 해묵은 과제였다.

청명센트레빌 아파트 주민들의 생활권은 수원이지만, 1994년 영통신도시 개발과정에서 행정구역상 용인시에 포함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는 수원시 행정구역(원천·영통동)에 ‘U’자 형태로 둘러싸여 있다.

이들 지자체의 경계조정 갈등은 2012년 청명센트레빌 아파트 주민들이 자녀 통학상 안전문제를 이유로 수원시 편입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청명센트레빌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246m 거리의 수원 황곡초등학교를 두고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 1.19㎞ 떨어진 용인 흥덕초등학교에 다녀야 한다.

이에 경기도는 2015년 ‘청명센트레빌 아파트와 주변 부지를 수원시 태광CC 부지 일부·아포레퍼시픽 주차장과 교환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용인시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이후 몇차례 경계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좀처럼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수원시는 2017년 6월 ‘광화문 1번가’(정책제안 플랫폼)에 경계조정에 관한 정책 제안을 제출했다.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염태영 수원시장이 직접 나섰다.

염태영 시장은 2017년 11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불합리한 행정경계 조정에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을 등록하고 “주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경계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 중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국민청원은 정부답변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2만520명에게 동의를 얻으며 마무리 됐지만, 언론에 잇달아 보도되면서 ‘불합리한 행정경계’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수원시장이 이웃 지자체 주민들 불편까지 챙겨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염 시장은 국민청원이 끝난 후에도 경기도에 “상부 기관으로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달라”고 강력하게 촉구하는 등 경계 조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경계조정협의를 이어갔고, 주민공청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앞서 3월 수원시의회와 용인시의회가 경계조정에 찬성의견을 냈고, 4월4일 경기도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수원-용인 경계 조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수원·용인시의 행정경계 조정은 행정안전부 검토와 입법 예고, 국무회의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쯤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염태영 시장은 “수원시와 용인시의 합의는 지방자치단체간 합리적 경계조정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며 “경계조정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중재도 필요하지만 기초단체장들이 시민들만 바라보고 일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간 경계조정에 합의한 것 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며 “기형적인 구조의 경계를 조정하는데 합의해 준 시의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간 경계조정은 단체장간 합의는 물론 지방의회 의견청취 절차를 거쳐 행정안전부장관 승인과 국무회의 의결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