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학교를 퇴행시키는 2023년 경기도 학교평가 철회하라’

2023년 1월10일 경기도교육청은 전체 학교로 20203년 학교평가(안)에 대한 공문을 발송하였다.

학교평가 내용이 바뀌었으니 이에 대한 의견을 1월13일까지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새롭게 제시된 2023년 학교평가지표는 그동안 자발적인 성찰을 통한 학교평가의 문화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개악이므로 철회하고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반영하기를 촉구한다. 

제시된 2023년 학교평가지표를 현장교사의 의견을 바탕으로 분석해 본 결과 이대로 실시될 경우 학교현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로 인해 많은 혼란과 업무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학교평가지표 내용이 학교현장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의 정책 중심으로 설정되었다.

살펴보면 학교평가 항목들이 작년과 크게 바뀌었는데 상당수가 교육청의 정책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에듀테크 활용 학력향상, 디지털 시민역량 수준, 세계시민 의식수준 및 증감률 등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을 반영한 평가지표를 대거 설정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자율을 강조한다고 해놓고 결국 평가로 경기도교육청 정책을 반드시 따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학교평가의 목적이 학교 자체성찰을 통한 개선에서 객관성을 가지고 학교를 외부에서 평가하겠다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10여년 이상을 학교공동체가 스스로 성찰과정을 통해 발전 방향을 찾아 나가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없이 일순간에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학교의 자발성이 충분히 존중되고 공동체가 토론하며 비전과 방향성을 찾아 나가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

왜 교육청은 더 장려해도 부족한 마당에 자발적인 학교문화를 버리라고 하는가?

왜 교육청은 학교를 스스로 성찰하는 존재에서 평가대상으로 전락시키려 하는가?

셋째, 실적으로 수치화되고 학교간 비교가 용이한 방식인 정량평가로 대부분의 항목이 바뀌었다.

12년전 학교 자체평가가 도입되기 이전에 학교평가유형이 대부분 실적중심의 정량평가이자 학교간 경쟁평가였기 때문에 학교평가에 대한 원성이 높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바꾼 것이 정성평가 중심의 학교자체 평가였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전처럼 학교평가를 통해 줄을 세우고 예산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방식이 곧 부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대부분이 정량평가인데 항목들 중에 정량화 하기 힘든 내용이 많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학생 핵심역량 수준, 진로 자기 효능감 등은 수치화하기 힘든 정의적 영역이거나 평가 준거가 명확하게 세워지기 힘든 내용인데 이를 정량평가로 하겠다고 하고 있다. 

교육청은 정량화가 가능한 근거를 제대로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다섯째, 평가지표화가 되면 문제가 되는 내용까지 포함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 발생률 및 증감률이 포함되어 있는데 평가지표에 넣을 내용이 아니라 어떻게 학교가 갈등과 관계를 회복하여 학교폭력을 줄여 나갈 수 있게 지원해야 하는 내용인 것이다.

이것이 포함될 경우 오히려 학교폭력 발생률을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한 다양한 편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 학교폭력 예방에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여섯째, 학교평가 공문 발송시기와 의견취합 방식에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학교의 의견을 취합하라고 했지만 학교가 모두 방학을 들어간 시점에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항목들이 예년에 비해 큰 변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당성에 대한 공청회 [2022년 학교 자체 평가 지표]나 포럼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의견 취합은 형식적으로 받고 있는 것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처사이다. 

2022년 학교 평가지표가 2023년 평가지표에 비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스스로 성찰하고 평가해서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지표들이 더 많게 구성되어 있다. 

2022년 학교 자체평가 지표는 나오기까지 10여년에 걸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학교에서도 그동안 잘 정착되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이렇게 큰 틀을 바꾼다면 학교의 혼란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제시된 학교평가지표는 교육청이 학교평가를 통해 학교의 문제점들을 알고서 학교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보다 학교에 교육청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2023년 경기교육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기도교육청은 현재 제시한 학교 평가안을 폐지하고 학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학교평가가 스스로 학교의 교육력을 성찰하여 개혁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현장의 교육력을 높이고 스스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는 학교평가가 될 수 있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임태희 교육감은 학교자치와 자율을 훼손하는 2023년 학교평가(안)을 폐지하라.

둘. 임태희 교육감은 학교가 스스로 성찰하고 자체평가를 통해 자율적으로 학교가 발전해 나 갈 수 있는 학교평가가 될 수 있게 재검토하라.

셋. 경기도교육청은 앞으로 정책 수립시 학교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현장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게 노력하라.

2022년 1월17일 새로운학교 경기네트워크